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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

[니시타이] 무제

by ㅁㅣ리내 2016. 1. 27.



 

 

 


 

-트라이 2장 스포 주의

pv 보고 이랬으면 좋겠다... 싶어 끄적인 연성글

 

 

 


 

 

 

 

01.

 

 웅성이는 소리.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들. 여러 비난의 목소리로 지금 길거리는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고장 난 신호등의 불빛이 깜빡 거리는 통에 혼잡한 도로 위로 교통운영이 불가피 해 차를 멈춘 행인들의 발걸음이 서서히 멈춰 선다. 하나같이 경악에 가까운 얼굴로 무너진 건축물의 파편들, 자욱한 먼지로 둘러싸인 곳을 약속이라도 한 듯 바라본다. 사람들의 날카로운 시선들이 죄다 한 곳으로 몰려있는 상황. 몇몇 이들은 두려움에 가득 찬 얼굴로, 또 다른 이들은 심하게는 '괴물'이라 여기며 삿대질을 거리낌 없이 해 보이는 사람들은 괴성을 지른다.

 

 일단 경찰을 부르죠. 경찰 가지고 일이 해결될 일이에요? 이건 테러나 마찬가지에요! 사람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고조되는 분위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서 있던 그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꼼짝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바짝 숙일 수밖에 없었다.

 

 

 

 

 

 

 

 "……, 어떻게나 때문에."

 

 내가 괜히 나서서 일이 이렇게 된 거야. 미미의 흔들리는 목소리가 애처로이 들려오는 대도 그녀를 비롯한 선택받은 아이들은 그 사실을 부정하지 못하고 우두커니 자리를 지켜 서 있을 뿐이었다.

 

 들켰다. 사람들에게 들켜버렸다. 갑작스런 오가몬의 습격에 급히 도망을 치고 있던 와중에도 최근 디지몬들의 인지도가 최악이었던 탓에 타치카와 미미는 주변에 가득했던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 안하고, 오로지 나쁜 디지몬만 있는 것이 아닌. 좋은 디지몬도 있다는 단 한 가지 사실을 알리기 위해 행동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강력한 오가몬의 힘에 밀리기 시작하는 토게몬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남은 이들 역시 제 디지바이스를 들어 보였지만 이를 막은 자가 있었다.

 

 타이치!

 

 내가 갈 게. 자신이 뭐라 말할 지 뻔하다는 얼굴로 단호하게 딱 잘라 거절하는 그의 얼굴이 보인다. 조금은 억지스런 미소를 띠우는 타이치가 말한다. 내가 갈 테니까, 미미쨩을 부탁해. 그 말만 던지고 달려 나가는 너를. 야마토는 막을 수 없었다.

 

 

 

 

 

 

02.

 

 미안. 미안해. 부탁할게, 아구몬.

 ㅡ…….

 

 손에 쥔 디지바이스가. 이번만큼은 제 소중한 파트너를 진화시키지 않았으면 하고, 어쩌면 타이치는 간절히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애석하게도. 저를 발견한 녀석의 위협적인 움직임이 곧바로 무서운 속도로 이쪽을 향해오는 오가몬의 공격에 즉시 제 디지바이스에서 터져 나오는 진화의 빛을 받아 진화한 제 파트너가 적에 맞서 달려가고 있는 모습을, 그저 슬픈 시선으로 바라볼 뿐인 타이치는 받아들여야 했다. 그것이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만들어내는 가혹한 현실이라 한들.

 

 나는, 선택받은 아이니까.

 

 변하지 않는, 우리들만의 끊을 수 없는 인연은. 언제서부터 인가 죄어오는 족쇄로만 다가와 조금씩, 하지만 빠르게. 자유와 의지를 사로잡아 저 멀리 보이지 않는 미래라는 길로 서서히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그들은 행복한가, 아니면 불행한가.

 

  나는.

 

 

 

 

 

 

 

03.

 

 웽웽거리는 사이렌 소리. 멀리서아니, 이제는 가까이서 들려오는 소리가 귀를 따갑게 만들고 있었다. 제 옷자락을 다시 한 번 끌어당기는 손길에 타이치는 힘겹게 바라보던 시선 그대로 빙그레 입가를 올려 보인다.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들 속에서도 그의 파트너는 자기 자신이 아닌 한 사람만을 걱정한다. 그 한 사람도 공교롭게도 파트너만을 걱정한다. 너밖에 보이지 않아. 그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타이치는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아구몬. 난 괜찮아.

 

 그리 네게 마음으로 전해 보인다.

 

 ㅡ…….

 

 안 돼. 그러지 마, 타이치. 아구몬은 울상인 그대로 그 커다란 초록빛깔 눈동자를 일렁이며 고개를 절레 저어 보였다.

 

 제발 너 스스로를 포기하지 말아 줘. 아구몬은 기어코 눈물을 왈칵 쏟아내 버리고 만다. 뚝뚝. 물 흐르듯 흐르는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차가운 시멘트 위로 떨어진다. 아구몬은 그의 옷자락을 더욱 움켜잡아 보이며 최대한 소리를 꾹 참아내는 것만 해도 버거웠다. 지금 당장이라도, 아구몬은 무의식적으로 그들을 찾는 시선에 화들짝 움츠러든 채로 다시 고개를 휙 돌아 구겨져가는 그의 푸른 옷감만 바라봐야 했다. 분명 그들도 있을 것이다. 저 앞에 보이는 많은 인간들 사이에 그들도 보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구몬은 그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 따가운 시선들이 무서워서가 아닌, 그들과 마주하는 즉시 타이치를 도와달라는 시선을 보낼 자신을. 타이치를 이대로 모른 채 넘어가지 않을 그들을. 잘 알고 있는 아구몬은 아이들 모두가 위험해진다는 사실에 울며 겨자 먹기로 타이치 뒤로 숨어있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고, 최선책 이였다.

 

 지켜주고 싶은 사람. 그 사람의 소중한 사람들. 그 누구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 아구몬은 그저 눈물을 흘렸다.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 일순 바로 제 뒤에서 느껴진 인기척에 아구몬은 흠칫 몸을 떨어 보이며 고개를 돌렸다. 펄럭이는 소리와 함께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검은색의 무언가. 그것을 채 알기도 전에 아구몬은 들려온 목소리와 제 이마를 쿡 찍어 누르는 누군가의 손길에 몸을 굳혀보였다.

 

 "말하지 말고. 인형처럼. 가만히."

 ㅡ…….

 "마찬가지다, 야가미."

 

 익숙한 목소리였다. 아득해져 가는 의식 사이로 들려온 목소리에 타이치는 바로 제 등 뒤로 누군가 있다는 생각에 움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정확히는 제 손목을 움켜잡은 손에 의해 잡아당겨져 먼저 몸이 돌아갔는데, 그 즉시 크게 공중 위로 펼쳐지는 검은색의 무언가가 제 머리 위로 내려앉는 기분에 멈칫해 보인다. 제 시야가 가릴 정도로 살짝 앞으로 덮어버린 옷을 잡아 꼭꼭 숨기듯, 조심스럽지만 차분하게 앞을 가리는 그의 손길에 혼란스러움도 잠시. 타이치는 또 다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살짝 올려 그를 응시한다.

 

 딱 봐도 큰 듯한 검은 마이. 머리부터 상반신을 감싼 탓에 옷깃 사이로 보이는 새하얀 와이셔츠가 코앞에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그 위로 가지런히 자리 잡고 있는 무난한 검은 넥타이 역시.

 

 

 "니시지마 선생님……."

 "정말이지. 골 때린다니깐."

 

 

 못마땅한 얼굴로. 한껏 표정을 찡그린 채 자신을 바라보고 서 있는 니시지마, 바로 그였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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