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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타이니시] 첫사랑

ㅁㅣ리내 2016. 2. 5. 16:37

 

*유우 언니 리퀘 글 첫사랑

 

 

 

 

 

 

 

 

 

 처음부터 그에 관한 모든 일이 맘에 들지 않았던 건 아니다. 확신할 수 있다. 그와 이렇게 틀어질 정도로 사이가 애초부터 나빴던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그 반대로 꽤나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흔히 말하는 죽마고우와도 같은 친구였다. 이시다 야마토에게 있어 야가미 타이치가 그랬던 것처럼. 사이가 좋았다, 라고 하면 이미 여기 있는 직원 모두가 알고 있을 정도로 조직 내에서 1,2위를 다투는 그 둘의 관계는 조직 내에서도 꽤나 유명했다. 정도로 오래된 사이다. 정말이지몇 년 지기 친구이자 이제는 동료끼리 그만 좀 화해하라며 당사자들 보다 주변 사람들이 더 난리였다. 애가 탄다며 잔소리를 퍼붓는 것도 이제는 무시하기에 이를 정도면 할 말 다했지.

 

 옛날에도 툭하면 싸우고 치고 박았지만 아이에서 어른으로 세월이 흐르면서 두 사람이 싸우는 때는 필시 어느 한 쪽이 피를 보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조직 내에서 그들이 붙으면 온 힘을 다해 막아서는 경지까지 이르렀다. -그 중에는 고래 싸움에 세우 등 터진다고 피해본 이들도 수도 없이 많았다-  그래서일까. 조직 체계가 본래 페어제로 운영되는 원칙에적지 않은 민폐를 끼치는 두 사람이 페어였던 팀이 해체되고 각자 다른 조직원과 페어가 되어 행동하기 시작한 날부터 여러 의미로 조직에게 중대한 영향을 불러 일으켰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모두가 해당되는 사항에 새삼 이 조직구성원에서 그 두 사람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되면서 그 누구하나 빠짐없이 조직원들은 고개를 저었더라

 

 

 "…… 이시다, 있잖아."

 "뭐야, 뭔데."

 "그러니까……."

 

 

 . 야마토는 저를 불러 세우는 한 사내를 바라보다 이내 무심할 정도로 고개를 돌리며 혀를 끌끌 차보였다. 새로 정해진 제 페어가 된 사내였다. 자신보다 훨씬 이 조직에 발을 담구고 있던 동갑내기 남자는 자존감 따위는 지나가는 개한테나 줘버렸는지 직급으로 보면 아직 어린 후배나 다름없는 자신에게 거의 모든 일을 맡기고 있었다어디에나 가든 한 두 사람씩은 꼭 있기 마련이다. 구성원들 중에서 머리는 좋으나 그것을 행하는 실전에서의 능력은 떨어지는 자. 선천적으로 소심하고 겁이 많은 게 한 몫 했다 하더라도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는 실전에서의 임무는 기피하고 있었다. 그래, 그건 뭐 그렇다 쳐. 조직에서 그가 계륵이라 불리는 것도 크게 신경 쓸 일도 아니다. 다만 한 가지.

 

 

 "할 말 없으면 가고. 바빠 지금."

 "아니할 말은 있는데……."

 

 

 그의 결단력이 일을 제외한 일상에서 바닥을 친다는 것이 문제였다본인 스스로도 성격이 나쁘다고 생각하는데 이 답답한 자와 페어라는 사실에 처음에는 항의하기도 했으나 남은 사람이 그뿐이다, 라는 답만 얻고 그 이후로는 거의 개별 활동을 하다시피 지내왔다야마토는 늘 불만이었다. 전 페어와 확연히 들어난다는 점에서. 그래서 그가 불현듯 생각난다는 사실이 이시다 야마토를 늘 분만케 하였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상태가 영 아닌 듯 보이는 금발의 파트너를 곁눈질 하고 있던 남자는 결국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특수 경호팀에 있는 지인한테 들은 건데,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이 큰 부상을 당했다고 해서."

 "……?"

 ", 급소는 피했데! 지금 아마 쉬고 있을, 이시다."

 "시발, 그걸 왜 지금 말하는데!"

 

 

 굳어지다 못해 험악해지는 표정변화에 당황한 사내의 중얼거림에 야마토는 욕을 퍼부으며 거칠게 그의 몸을 쳐내고는 달려 나갔다예상하지 못한 일은 아니었다도리어 그런 일들이 충분히 다반수로 일어날 수 있는 위험도가 따르는 가장 버거운 부서였으니까1순위로 조직 내에서 보안이 철저한 특수 팀이 위치하고 있는 지하로 향하는 내내 야마토는 이 곳에서 가장 자신이 꺼리는 곳으로 직접 서슴없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다시 한 번 욕지거리를 날리며 까끌까끌한 입안을 악 물었다그래서 그 때 내가 하지 말라고 했을 때 말을 들었으면 좋았잖아

 

 

 

 

 "개새끼." 

 

 

 그래, 그냥 나 개새끼 하련다.  

 

 

 

 

 네가 언젠가 내게 말했던 말을 떠올리며 야마토는 비웃어 보인다. 자조적인 웃음이었다.

 

 

 

 

 

 

 

 

 

 

 

 

 "그래서?"

 "……."

 

 

 움찔. 살기를 담은 그녀의 앙칼진 목소리에 한껏 움츠러든 그의 파트너가 애처로운 정도로 식은땀을 흘리며 심하게 부어오른 그의 뺨 위로 조심히 쿨팩을 붙여주었다. 저에게 묻는 것도 아닌데 그녀의 살기는 주변인들을 억압할 정도로 강하고 노련했다. 괜히 자신 때문에 벌어진 일에 미안했는지 야마토 눈치만 보고 있는 남자가 아까부터 소식을 듣고 달려온 대선배가 무섭게 몰아세우는 와중에도 침묵을 유지하기만 할 뿐인 그를 보며 속으로 수십 번의 한숨을 삼켜냈다. 한 마디라도 쉽게 꺼낼 수조차 없는 무거운 분위기에 눌려 입을 다물고 있던 남자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그나마 비슷한 계열의 업무를 하고 있는 터라 낯면이 있는 그녀와 함께 달려온 남자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젊은 나이로 조직에서 정보, 보안 계열 쪽 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는 그녀의 파트너로, 유일하게 그녀를 말려줄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니. 조금이나마 이 상황을 해결해 주었으면 싶었다.          

 

 

 

 

 "저기…… 이즈미 군."

 "…….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코시로 군. 전에 내가 부탁한 거 잊지 않았지? 수고해줘."

 "……."

 

 

 

 

 기대는 얼마 못가 사라져버렸지만.

 

 

 

 

 "하아, 병이야 병. 그 정도면 아주."

 "……."

 "얼마나 난리를 쳤으면, 그 니시지마가 후배한테 주먹을 놀려? 덕분에 둘 다 징계감이야. 아무렇지도 않으신가봐. 잘 나가는 후배님?"

 "……… 본인은 덕분에 처음으로 징계 받게 생겼다면서 기뻐하던데요."

 "푸하, 하긴 그 녀석이라면 무슨 말을 못 해."

 "……."

 

 

 녀석이 원래 겉으로는 살갑게 대하지만 나름 우리들 사이에서도 알아주는 엘리트야. 만만히 보지 않는 게 좋을 걸. 물론 이건 실력 있는 후배에 대한 애정 어린 선배의 충고니까 잘 새겨 들으라구그녀의 살기가 수그러지자마자 무거웠던 공기가 해방되어 겨우 숨통이 놓인 듯 해 야마토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변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그녀는 막막하기만 한 후배를 어찌하나 싶은 얼굴로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나지막이 전부터 느껴왔던 생각을 실토해 보였다.

 

 

 "비뚤어진 애정이야, 그거."

 "……."

 "의외로 이시다는 그런 쪽으로 서툴러. , 혹시 처음?"

 "……."

 "다음에 타이치랑 잘 얘기해보는 건? 아차, 방금 그거 금지어였나."

 "……놀리시는 거죠."

 ". 후배 버릇 좀 잡으려고."

 

 

 반성합니다말로만 반성하는 건 이쪽도 썩 그다지 기분이 좋지가 않네요. ……조심하겠습니다. 주의해줘 이시다 군. 웃음기를 지우고 대답하는 그녀에게 야마토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폭풍우처럼 갑작스런 사건사고를 일으키는 유망주에게 그녀는 진심으로 격려의 한 마디를 건네주고는 몸을 돌렸다.

 

 

 그들은 언제 즘이면 평화로워질까. 끝나질 않는 싸움이 부디 잘 마무리되기를 바라며 그녀는 제 파트너가 일하고 있을 자리로 걸음을 옮겨갔다.

 

 

   

 

 

 

 

 

 

 

 

  

 

 

 

 

 

 

 지하로 향하는 도중 강하게 손목을 잡아오는 거친 손길에 몸이 돌려졌다.

 

 

 

도대체가 왜 흑나비가 되겠다는 건데!?

 

 

 

 너는 내게 그리 물었다. 그곳에 가면 무슨 일을 하는 지나 알고서 이러는 거냐며 정신없이 소리쳐 온 야마토에게 타이치는 담담히 말했더랬다.    

 

 

 

 

 

 "네가 무슨 상관인데."

 

 

 그래, 나는 그렇게 말했지. 상처받은 얼굴로 흔들리는 푸른 시선이 자연스레 떠오르자 타이치는 자조적인 미소를 띠우며 붕대로 단단히 묶여있는 제 목을 만져봤다. 정확히는 목덜미에 근접한 곳에 있을 상처 위를 더듬자 아직 치료가 덜 된 듯한 고통이 찾아온다저절로 신음 소리가 세어 나올 만큼, 아프다. 아픈 걸 떠나서 죽을 뻔 했다. 아주 조금이라도 깊게 베였다면 그 자리에서 죽을 뻔 한 이번 임무에 타이치는 새삼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딘지를 뼛속 깊이 새길 수가 있었다. 자신은 흑나비였다. 그가 그토록 하지 말라고 했던 흑나비가 되어 바로 여기에 존재하고, 살아가 날아올랐다검은 날갯짓을 해보이며.  

 

 

 


 "이쪽으로 온 건, 이시다 군을 위해서?"

 "……."

 "라고, 내가 그 때 네게 물었었나."

 

 

 언제 들어왔는지도 모를 그가 벽에 기대 팔짱을 낀 채로 서 있었다방금 전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꽤나 멀리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와 그가 돌아오면 무슨 사단이냐고 물어보려 했는데 말문이 막혀 버렸다. 그는 정말이지 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꿰뚫어 볼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이번만큼은 괜스레 얄밉게 만 다가와 타이치는 일부러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아뇨, 저를 위해서요. 라고, 그 때 제가 말했죠."

 

 

 처음으로 설레고, 질투하고, 마음을 준 단 한 사람만 보면 미칠 거 같은 이 심장을 감당하지 못해서. 도망친 곳이 여기였다. 이곳이라면, 들킬 일도 상처받을 일도 없을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에 확신을 가지고 자신은 기어코 그를 뿌리치고 이곳까지 온 거다.

 

 

 

 "그래, 그랬었지."

 

 

 뚜벅뚜벅. 다가오는 구두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타이치는 눈을 감는다. 그 때도, 지금도. 자신은 여전히 벼랑 끝에 위태롭게 몰려 흔들리고 있었다. 아마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테고 그때마다 타이치는 어리석게도 그를 찾아갈 것이다. 그에게 의지하고 매달릴 자신을, 그는 거부하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타이치는 지독히 그를 이용한다.

 

 

 

 "그러니까선생님이 옆에 있어주세요."

 

 

 

 

 

 이마 위로 닿아온 입맞춤이 따뜻했다.

 

 

 

 

 


 

서툰 첫사랑 야마토.

첫사랑에 괴로워하는 타이치.

그 둘을 알고 타이치에게 이용당해주는 니시지마.

 

 

달달물 원했다면 고멘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