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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디지몬] Dream

[야마타이] Dream .01

by ㅁㅣ리내 2015. 10. 3.

 

2021.03.23 일 수정


 

 

 

2002. 08. xx 여름

 

 

디지털월드에서 실로 간만에 캠프차원으로 모두와 모여서 종일 지낼 수 있게 된 것은 좋았다. 단순히 캠프를 하자는 계기도 올해 오다이바 메모리얼을 기념해서인 것도 있고 중3에 들어서기 전에 예비 수험생이라는 이유로 지금보다 여유는 더욱 없을 것이기에 그전에 신나게 놀아보자는 취지였다. 그래 다 좋다 이거야. 저 역시 들뜬 미미쨩의 주장대로 곧장 수긍하며 그렇게 하자고 동의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내 말은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이냐고. 야영하기 위해 준비를 해야 하는데 미리 짠 듯이 척척 나눈 조로 저와 야마토가 한 팀이 된 건 뭐 그러려니 했다. 실재로 장작을 가져와야하는 목적으로 힘을 쓸 만한 남자들 중, 그중에서 제일 연장자인 죠-그는 모두에게 이것저것을 총괄하고 알려주는 책임자 역할을 자진해서 맡았다-를 제외하고 다음 연장자가 타이치와 야마토였으니 어쩌면 당연했다. 딱히 불만 하나 없이 장작을 모으러 움직이는데 문제는 저와 행동하는 이 녀석이 아까부터 보이는 묘한 행동들이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어쩌다보니 녀석에 페이스에 휘말려 자연스럽게 따라온 셈이 되어버렸는데 타이치는 제법 숲 한복판까지 오고 나서야 어라, 뭔가 의아함을 눈치 챈 것이다.

“야마토.”

“왜?”

왜가 아니잖아, 이놈아. 고작 장작용으로 쓸 만한 나뭇가지들을 주우면 되는데 굳이 이런 깊숙한 곳까지 올 필요가 있었냐?

“아니, 너무 멀리 온 거 같아서.”

“그랬나.”

뭐야 자각 없었어? 타이치는 얘가 왜 이러나 싶다가도 저만 그리 생각한 게 아닌지 옆에 있던 가부몬도 야마토를 올려다보며 안 그런 척 당황해하는 모습이 선명히 들어왔다. 아마 저가 눈치 채기 전부터 가부몬은 그에게 묻고 싶었던 모양인데 무슨 생각이 있겠지 하고 묵묵히 따라온 듯 했다. 하여간 새삼 저 둘 정말 파트너답달 지, 가부몬이 야마토를 너무 신뢰한달지, 아니 파트너 디지몬으로서 상대를 신뢰하는 건 당연하긴 한데…. 음, 그냥 넘어가자.

“어쨌든 돌아가자, 아까 언뜻 캠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잔가지들이 많이 떨어져있는 곳이 있었던 거 같으니까.”

“그런 곳이 있었으면 그쪽으로 가자고 하지 왜 말 안했냐.”

“네가 너무 당연하게 앞장 서 가버리니까 집히는 곳이 있나 싶었지!”

“헤―.”

애초에 여기까지 오면서 아예 말을 꺼내지 않은 것도 아니고 저가 먼저 저쪽으로 가자고 하면서 문답무용, 이끌었던 주제에 뭐냐고 대체. 타이치는 절로 나오는 한숨에 푹 내쉬고는 왠지 괜한 발걸음을 한 건가 싶어 후딱 장작 주어서 캠프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저가 앞장 서 가려고 야마토에게 말하려는데,

“타이치.”

봐봐, 이렇게 또 본의 아니게 저 녀석에게 타이밍을 빼앗겨 버린다.

“이왕 온 거 좀 둘러서 뭐가 있나 보자.”

이것 봐…. 타이치는 저가 대답하기도 전에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그 등을 헐, 툭 뱉어버린 소리에 이어 멍한 시선으로 바라보다 아까하고는 다른, 어쩐지 뭔가가 후련한 듯 웃고는 야마토를 뒤따라가는 가부몬. 마지막으로 타이치 안 가? 하고 물어오는 아구몬의 목소리를 들어서야 타이치는 얼결에 발을 움직여보였다. 이걸로 확실히 기분 탓이 아니라는 건 알겠는데. 어째서일까. 타이치는 일부러 야마토가 제 할 일은 안하고 둘러서 멀리 빙글 돌아서 가려는 의도를 알고서도 왜 그러는지 보다 그래 어울려보지 뭐 싶어 함이 더 치우쳐 있었다. 딱히 내키는 대로 땡땡이 치고 싶었던 건 절대 아니었는데 말이다. 요는 돌아갈 때 장작만 들고 가면 되니까 소라라든지 다른 녀석들한테 쓴 소리는 듣지 않겠지 하고 가볍게 생각하기로 한다. 왜 이리 늦었냐는 말은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냥 어차피 간만에 종일 자유롭게 디지털월드에 있을 수 있게 되었으니 빙 둘러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저희들은 히카리들과 다르게 마음대로 오고 갈 수 있는 세계가 아니니까. 야마토도 그래서 그런 걸까 하고 멋대로 단정 짓고는 생각을 끝냈다. 뭣보다 예전 그 시절로, 이 앞에 뭐가 있을지 모르는 그 때로 돌아간 거 같아서 조금은 두근거리는 마음이 컸다.

 

* * *

 

아니 내가 이놈을 왜 따라왔지. 타이치는 아무렇지 않게 저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야마토를 보고 진심으로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반박함과 동시에 금방 후회했다. 땡땡이치는 마음으로 한참을 그렇게 숲 한복판을 돌아다니고 있을 즘, 맛있어 보이는 과일을 발견해서 힘껏 들떠 있던 기분이었을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말이지. 숲 한 가운데 거대하게 나름 물살이 빠른 강이 앞을 가로 막고 있어서 타이치는 당연히 이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한 번 건너가 보자란다. 왜 거기까지? 굳이? 아니 돌다리가 있으니 건너가지 못할 것도 없긴 한데 돌 사이사이가 멀어서 자칫 삐끗하기라도 하면 그대로 홀라당 물에 젖은 생쥐 꼴이 될 터인데.

안 그래도 슬슬 다른 얘들이 할 일을 마치고 모일 때라서 생각지도 못한 과일도 찾았으니 돌아갈 타이밍이거늘. 야마토는 뭐가 그리도 부족한 건지 멈출 기미를 안 보여서 타이치는 의아함을 넘어서 회의감이 들었다. 평소라면 저가 가자는 쪽이고 말리는 쪽이 야마토여야 뭔가 맞는 상황 같은데 답지 않게 구니 영 찝찝하기만 했다. 거기다 막무가내로 제 대답은 듣지도 않고 먼저 돌다리를 건너더니 뒤돌아서 하는 말이 이거다.

“뭐해, 안 올 거야?”

“…장난해?”

“? 뭐가.”

뭐가~? 진짜 몰라서 묻나? 봐 보라고, 네 옆에 있는 가부몬도-얘는 또 왜 웃고 있지- 내 옆에 바짝 붙어있는 아구몬도 의아해하는 거 안 보이냐고. 하아―. 지금 나한테 손 내밀어주는 널. 어디를, 아니 어디부터 지적해야 하는 걸까. 타이치는 순간 저 녀석이 지금 장난하나 싶었는데 정말 그냥 잡아주겠다는 얼굴이라 말문이 막혀버렸다. 깨닫고 보면 언제부터인가 야마토가 종종 비슷한 행동들을 보이곤 했다는 것을 떠올린다. 가령 둘이 나란히 길을 걷는데 찻길 쪽에 있던 저와 알게 모르게 자리를 바꾼다거나 그럴 필요 없다는데도 늦은 시간이면 데려다준다고 하는 것들이 그랬다. 진짜 잘 몰랐는데 생각해보니 그런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니 어쩐지 싱숭생숭해진다. 내가 지금 여고생이 된 거 마냥 예민하게 구는 건…. 에이 설마 아니겠지.

“아무튼 너 그거 무의식이든 아니든 상관은 없는데 자각은 좀 해라. 대수롭지 않게 사내놈한테, 것도 동갑내기한테 그러는 건 좀 아니다? 혹시 너 다른 녀석들한테도 그러는 거 아니야?”

그럴 리는 없겠지만. 이상한 오해라든가 상대방이 기분 상하는 일이 될 수도 있는 일이라고 그거. 흔히들 이성에게나 해주는 에스코트를 야마토가 면전에 보여주니 영 기분이 묘하기만 해서. 혹시 최근 이런 남자주인공이 나오는 드라마라도 챙겨 보나? 아니면 원래 이런 녀석이었던가, 생각이 많아지는 타이치는 타케루라면 몰라도 야마토한테도 그런 면이 있었다고는 생각 못한 일이지만 나름 전혀 안 할 인간으로는, 또 그렇지가 않아서 두리뭉실한데 그걸 나한테 대하니 쫌 어이가 없어서 멍했다. 눈치나 상황판단은 저보다 좋은 편이니까 알아듣겠지 했는데.

“무슨 헛소리야. 그리고 위험할 수도 있는데 사내놈이고 아니고 그게 뭔 상관인데?”

어, 뭐, 그건, 그리 따진다면 그렇긴 한데…. 오늘따라 야마토랑 계속 핀트가 어긋난 기분이라 어리벙벙한 얼굴로 마주하고 있으려니 느닷없이 야마토가 피식 웃는다. 괜스레 욱해서 미간을 찡그리며 뭐야 하고 노려보자 그제야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니, 너 괜찮겠냐고. 괜히 안 잡고 버티다가 미끄러져서 물에 빠지면 후배들 앞에서 쪽팔리지 않겠냐.”

“하? 그거야 당연히 쪽 팔리,”

-타이치! 그럼 내가 먼저 가서 잡아줄게!

“어? 잠깐, 아구몬 갑자기, 우왁!”

-타이치!?

갑자기 아구몬이 나설 줄은 몰라서 밀쳐진 몸을 움직인다는 게 강가 코앞에 서있던 탓에 발을 헛디뎌 어느새 강 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었다. 헉. 본능적으로 이대로라면 맥없이 물에 빠진다는 생각에 앞서 자리 잡고 야마토가 서있던 돌 위로 그대로 점프해서 뛰어버렸는데 한순간에 판단한 일이라 힘 조절과 비틀어진 방향으로 인해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질 뻔한 걸 야마토가 가까스로 잡아준 덕에 면할 수 있었다.

-야마토! 타이치! 둘 다 괜찮아?

-우우, 미안해 타이치….

등 뒤에서 놀라 당황하는 가부몬과 아구몬의 소리를 미처 들을 새도 없이 타이치는 벌렁거리는 가슴을 뒤로하고 태연하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야마토가 금방이라도 뭐하는 거냐고 자기도 놀래서 괜히 한 소리 하거나 심술궂게 그러게 내 손 잡았으면 됐지 않느냐고 할까봐. 이에 뭐라 대답해야할지 모르겠어서 고개를 들기도 전에 눈치를 살폈다.

“괜찮아?”

잡은 손에 힘을 더욱 주며 괜찮으냐고 물어오는데 타이치는 그저 어, 어어. 애매한 목소리로 끄덕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외였다. 강에 빠지려는 걸 잡아주는 거야 크게 놀랄 일이 아니었지만 타이치가 이리도 당황해하는 이유는 야마토가 타이치를 잡아준 방식 때문이었다. 그가 서있던 돌은 제법 커서 공간이 있었는데 우악스럽게 잡아채는 것이 아닌 끌어안듯이 몸을 돌려 그 원심력으로 멈춰 세운 점이다. 자연스럽게 허리에서 손을 떼는 야마토를 타이치는 여전히 상황판단이 흐려있어 어색하게 고맙다고 간신히 내뱉고는 사념에 빠져들었다.

쿵쾅거리는 심장이, 낯 뜨거운 얼굴이, 굳어버린 몸이 결코 단순히 놀라서 창피해서가 다가 아니라는 걸, 야가미 타이치가 처음, 의식한 순간이었다.

 

 

 

 

 


2015년에 썼다가 시놉 후반부를 마무리 하지 못해서 그대로 흐지부지 연중하면서 묵혀두다가

라스에보를 계기로 디지몬 뽕 차서 시놉 다시 쓰게 되었는데 드디어 그 감당할 수 없던 용두사미 시놉을 뜯어 고쳤어요....(감격

시놉만 또 몇 주 였나 몇달이었나 모르겠는데 마무리하고 또 몇 주에 걸쳐서 과거 소설 리뉴얼 하고 재 연재를 하게 되었습니다...ㅎㅎ

물론 자유연재지만 시놉이 다 되었다는 것만으로 넘 조아서... 거기다 요즘 디지몬 뽕이 마구 솟아오르네요.. 그치만 연성이 없..(쩝

 

무튼 그렇게 돼서 5년 전 소설을 싹다 리뉴얼 하느라 내용이 좀 달라진 부분이 있어서 5년 전 때 보셨던 분들 계신다면 다시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꼭 다시 봐주세요... 과거의 나 왜 그리 썼니....크아....(5년간 달라진 캐해석과 감성으로 고통 한사발 들이부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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