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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단편

[코시타이] 네 곁에 있는데

by ㅁㅣ리내 2015. 8. 22.

 

 


 "타이치 상! 저도 같이 싸울께요!"

 


 자신도 함께 싸우겠다고. 코시로는 힘겹게 주저 앉아 있던 몸을 일으키고 있는 그에게 그렇게 말했다. 금방이라도 다시 쓰러질 거 같은 위태로운 모습이다. 비틀거리는 몸을 겨우 지탱해 보이며 타이치는 한 발자국 자신의 파트너가 있는 곳으로 다가간다. 그런 타이치를 바라보며 코시로는 제 가슴이 먹먹함을 느끼고 있음에 그 부근을 있는 힘껏 내려쳤다. 왜 그렇게 늘 혼자서 무리하는거에요. 항상 자기 혼자서 이 힘들고 괴로운 이들을 감당할려고만 하는 타이치를 코시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옆에 우리가 있는데. 자신 또한 그의 곁에 있는데. 왜 도울 수 있는 기회 조차 주지 않는 거냐며 코시로는 분한 마음에 소리쳤다. 멈칫. 자신의 목소리를 들은건지 그의 몸이 아주 잠깐동안 머뭇거림이 보였다. 이에 아주 조금이나마 희망을 갖은 코시로는 다시 한번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이번에는 혼자 싸우게 하지 않을거에요. 제 부름에 고개를 돌린 타이치와 눈이 마주친 코시로는 제 옆에 있던 텐토몬에게 진화하라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 디지바이스를 꺼내보일려는 순간, 들려온 그의 날카로운 외침은 그 어린아이에게 있어 커다란 충격을 남겨주었다.

 


 "너희는 나서지마!"

 


 온 몬이 이미 심한 상처 투성이다. 사천왕 중 남은 한 사람. 아니 디지몬이 날린 날카로운 단검들이 스쳐지나가면서 생긴 생채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상황에서도 끝까지 제 고집을 피우는 그가 코시로는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마치 끝을 알 수 없는 낭떠러지에 떨어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그의 망설임 따위 없는 그의 말 한마디가 아이를 울게 했다. 자신도 모르게 흘리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작은 아이는 주먹을 꽉 쥐어보이며 떨어보였다.

 

 

 

 

 

 

 

 

 

 

 


 무서웠다. 최강의 적이 자신들이 서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는데 무섭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그 어리고 작았던 코시로가 아닌 단정한 푸른색의 교복을 입고, 키도 그때보다 많이 성장한 지금의 코시로는 떠올렸다. 그리고 눈을 천천히 감아보였다. 그 때의 제 모습이 보였다. 그 다음으로는 엉망으로 피에몬에게 당하고 있는 워그레이몬과 타이치가 보였다. 그 때 자신이 느낀 감정. 지금 생각해보면 타이치가 제게 보였던 행동에 당연히 느낄 수 밖에 없는 감정이였다. 무서움. 보다 서운함. 그는 장담할 수 있었다. 서운했다. 단지 그 뿐.

 

 

 "하아. 덕분에 잊혀지지 않아요."

 "엥? 갑자기 무슨 말이야, 코시로?"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번에도 같은 고등학교. 같은 등교길. 학년은 다르지만 건물이 같았기에 집이 다른 이들보다 가까웠던 두 사람은 분홍빛의 흔들거리는 아름다운 3월의 벚꽃들을 배경삼아 타이치와 코시로는 함께 걷고 있었다.

 

 

 "뭐야... 코시로. 정말 말 안해줄거야?"

 

 

 괜히 궁금하게 만들기나하고 내빼기냐며 제 팔뚝을 쿡쿡 팔꿈치로 찌르는 그에게 코시로가 잔소리를 날렸다. 그전에 아침잠 많은 것부터 혼자서 해결해 보라는 코시로의 한마디의 타이치 멈칫, 뚱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분명 알람 맞춰났는데 안 울렸다는 그의 뻔한 핑계에 코시로는 풋-. 하고 나올려던 웃음을 참아보이며 좀 일찍 주무세요. 하고 핀잔을 주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으으... 역시 전 날에 부탁하기 잘했다니깐."

"제 고생 좀 알아줬으면 합니다만."

"네..."

 

 

 새학기 첫 날부터 지각이라도 하면 새 담임 교사에게 찍힐 거라며 평소 부지런했던 코시로에게 연락해 같이 등교하자고 제안했던 사람은 타이치였다. 본래 등교해야할 시간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일어나서 준비하는 코시로는 중학교때 제 생활기록부를 보기라도 했는지 이번에 새로 입학하여 만나게 된 첫 담당 교사가 미리 사전에 연락해 중학교 때처럼 이번에도 컴퓨터실 관리부장이라는 책임을 부탁하여 맡게됐다며 다른 이들보다 먼저가서 준비할게 많다고 전에 언뜻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깨어달라고 부탁했었는데. 잘 한 거 같다고 고개를 그떡여 보이는 타이치는 뿌듯함을 보였다. 물론 이렇게 이른 시간에 나갈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늦는거 보다는 이게 어디야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는 타이치는 자칫 그가 여러번 전화를 걸어주지 않았다면 지금 쯤 아직도 침대 위에서 세상 모르고 자고 있을 제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음... 역시 지각이지. 암."

 "..."

 "...코시로?"

 "네?"

 "어... 무슨 생각해?"

 

 

 고개를 저으며 별거 아니라는 시쿤둥한 대답에 타이치는 아침부터 저 때문에 그를 피곤하게 만든건가 싶어 괜히 미안해져 머리를 긁적여 보였다. 역시 늦은 시간에 잠드는건 이제 자제해야겠다 싶은 타이치는 이를 이렇게 만든 한 녀석을 떠올리고는 이 대가는 반드시 받아내겠다. 하고 결의하는 순간 그의 눈에 들어온 반가운 이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는 타이치는 그들을 불러세웠다.

 

 

 "소라! 미미쨩! 아, 죠 형도 있네?"

 "뭐야, 그 덤 취급은?!"

 "하하. 그럴리가 있어? 학교가 다른데 여기 있길래 놀란 거 뿐이야."

 

 

 자신은 이제 수험생이니 새학기 공부 시작을 더욱 열심히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일찍 등교하기로 했다가 우연히 모여있는 아이들이 보여서 잠깐 들린거라는 죠의 설명에 아이들은 네, 공부 열심히 하세요. 하고 장단 맞춰주며 유일하게 혼자 다른 고등학교, 수험생의 길을 걷게 된 그를 응원해주었다. 그러다 문뜩 왠일로 일찍 등교한 타이치를 소라가 갸웃해 보이며 용캐 일찍 일어났네? 하고 칭찬 아닌 칭찬을 해보이자 타이치가 피식 웃어 보이며 설마 혼자 힘이겠냐. 하고 당당하게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달려온 타이치를 뒤따라 코시로가 꾸벅 인사를 해오며 다가왔다. 미미와 마찬가지로 코시로도 자신들이 다니던 학교로 오게 되어 이번에도 또 모였다는 생각에 키득 웃어 보이며 반가운 마음에 그에게 마주 인사해 보인 소라는 타이치와 같이 등교한 것으로 보이는 코시로를 보고는 아아 그런거구나. 하고 곧바로 알겠다는 눈치를 보이며 이쁘게 웃어보였다. 덕분에 피곤해요. 하고 어찌 알았는지 소라에게 불평 어린 한마디를 건네는 코시로에게 이제는 익숙하게 타이치 때문에 고생이 많네. 하고 위로하던 그녀는 애써 모른 척 해보이는 타이치의 모습에 또 한번 웃어더랬다. 그런 그녀에게 타이치가 대뜸 물었다. 말 돌리기는.

 

 

 "그런데 어쩐 일이야?"

 "뭐가?"

 "죠 형은 그렇다치고. 미미쨩이랑 같이 일찍 오고."

 

 

 원래 소라랑 미미쨩이 이렇게 일찍 등교하지 않았던 거 같은데. 타이치 본인도 그러긴 했다만 오늘은 정말 늦게 잠든 탓에 못 일어날까봐 코시로에게 부탁해 무리해서라도 침대에서 제 몸둥이를 끌고 나왔던 타이치였다. 덕분에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은 전혀 아닌 타이치는 금방이라도 누가 자라고 한다면 잘 수 있을 거 같았다. 길거리에서 그럴 순 없지만. 무튼 그나마 오늘이 새학기 첫 날이였기에 강당에 가서 교장 선생님 말씀 듣고, 반 배정 받은 교실로 가서 담임 교사에게 공지 듣고 집에가서 잠들면 그만이라고 생각한 타이치였다.

 

 

 "아... 그건."

 "소라 언니가 아침에 할일이 있다고 해서 도와주러 일찍 왔지!"

 "헤..."

 "별거 아냐. 참. 이번에도 같은 반이던데, 타이치? "

 "아, 맞아. 올해도 잘 부탁해 소라."

 "응, 나도 잘..."

 "허튼 짓이나 하지않으면 돼, 너는."

 

 

 어. 야마토? 소라가 채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갑자기 끼어든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소리가 들린 쪽으로 바라보았다. 아침부터 정문 앞에서 모여서 뭐하는거냐며 이어폰을 빼 보이는 야마토의 물음에 그를 반기는 아이들의 반응이 즐거워 보였다.

 

 

"칫. 오자마자 시비는."

"내가 언제, 임마."

"방금 하고 있잖아."

"맞는 말 한거다."

 

 

 하여간 저 두 사람은 만나기만 하면 싸우는 거 같다는 미미의 말 한 마디의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나란히 학교 안으로 걸어가는 두 사람. 누가 보면 늘 저렇게 붙어다니는 베스트 프랜드. 라는 소리를 듣는게 아닐까 싶었다. 아. 틀린말이 아니지. 만나기만 하면 저 모양이여도 늘 붙어다니는 두 사람의 모습은 하염없이 변함없다고.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거라고 아이들은 생각했다.

 

 

 

 

 


 "자자, 너희도 슬슬 들어가야지."

 "죠 오빠는 자습이였던가?"

 "응. 너희 학교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우리학교에서는 3학년은 행사 자체를 참가하지 않아서. 차라리 그게 나은거 같다."

 

 

 3학년은 강당으로 모이지 않고 각 배정된 반으로 모여서 자습시간을. 새로 입학한 파릇파릇한 신입생과 2학년만이 행사에 참여해왔던 죠네 학교에서는 수험생은 오로지 공부만을 추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오래된 전통과도 같은 것이다. 라는 부연 설명을 덧붙이고는 먼저 아이들에게 인사한 죠는 이 곳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제 학교로 등교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에게 나중에 보자고 마주 인사한 소라는 어느새 강당 입구쪽에 도착해 들어가고 있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보나마나 아직도 투덜투덜 말싸움이나 하고 있을 제 친구들이 혹여나 크게 일을 또 벌릴까 싶어 소라는 미미에게 금방 연락할테니깐 그때 좀 도와달라고 말한 후 발걸음을 빨리해 강당으로 향했다.

 

 

 


 "...미미 상은 안가요?"

 "... ...그 질문 내가 해야하는거 아냐?"

 "...그러네요."

 


 소라에게 알겠다고 대답한 미미는 덩그러니 남아있는 코시로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이상해. 뭔가 이상해 코시로군. 아까부터 한 마디도 없이 조용했던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통 알 수 없었던 미미는 답답한 걸 참지 못하고 그의 이름을 힘있게 부를려고 했다. 빨리 가자고. 뭐하고 있냐고. 그녀가 그렇게 말하기도 전에 먼저 선수친 그의 물음은 뭔가 이상했다. 인상을 팍 써보이며 미미는 그를 바라보았다. 코시로군 답지 않아.

 

 

 

 

 


 "... ...무슨 일 있었어?"

 

 

 

 

 

 

 

 


 점점 강당 안으로 모여드는 학생들로 인해 주변은 점점 시끄러워져만 갔다. 처음 보는 얼굴에 신입생들은 물론 몇몇 익숙한 2학년 동기들과 3학년 선배들. 소란스러워진 강당 내부를 돌아다니던 몇몇 눈에 띄는 학생들이 학년마다 정해진 위치로 가 줄을 서서 기다려 달라는 말을 외치며 질서유지를 위해 힘내고 있었다. 그들의 팔에 둘러진 완장. 오늘도 학생회 얘들이 고생 좀 하겠네. 학생회 일원 중 제 친구도 있었던 소라는 아침에 잠깐 와서 도와달라는 친구의 부탁이 있던 터라 그녀도 곧 바빠질 예정이였다. 인원 부족으로 신입생인 미미에게도 연설 시작 전까지만 도와달라고 했던 탓에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소라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찾고 있던 두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반은 다르지만 옆 반이였기에 나란히 서있는 두 사람은 끝나지 않은 언쟁을 이어가고 있었다. 

 

 소라와는 같은반이지만 너하고는 떨어져 버렸는데 어쩌냐. 하고 얘들처럼 놀리는 타이치의 공격에도 아, 그럼 편하겠네. 하고 가볍게 받아 넘기는 야마토. 싸우다 정든다는게 바로 이런걸까.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던 걸 새삼스럽게 떠오른 야마토는 답지 않게 키득 웃어보였다. 뭐야 너 지금 비웃었냐! 이봐 또 열내고 있지. 타이치는 모를 것이다. 본인은 비웃는 걸로 착각하기 일수지만, 이시다 야마토가 이렇게 소리내어 웃는 모습을 보이는 때가 항상 같은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는 것을.   

 

 

  "하여간... 아직도 저러고 있네..."

 

 

 강당에 오자마자 순서대로 학생들이 줄을 서는 바람에 이미 저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소라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크게 싸우지는 않는 듯 해 안심을 한 소라는 저 많은 인파들을 물리치고 말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 조용히. 입학식이 끝날 때까지 얌전히 있어 달라며 전해지지 않을 잔소리를 날린 뒤 강당 안에서 바쁘게 뛰어 다니고 있는 학생회 일원 중에서 제 친구를 찾은 소라는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헤... 코시로 군. 그런 일로 꽁해 있던 거야?"

 "... 반박할 수가 없네요."

 

 

  끙-. 코시로의 반응에 미미는 입가를 가려보이며 키득 웃어 보였다. 하긴, 타이치 오빠가 꽤나 고집스러운 면이 있지. 그것도 엄청. 지금도 변함 없는 그 고집 덕분에 답답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였으니깐. 이제는 익숙해 져버린 자신의 모습이 쓸쓸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한 미미는 코시로가 왜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 두 사람 뿐만이 아닐 것이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일꺼야. 때문에 다들 암묵적으로 얘기하려 들지 않는다는게 그 증거겠지. 야가미 타이치. 그에게는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타이치가 기지고 있는 단점이 무엇인지는 저를 비롯해 다른 사람들도 아마 비슷한 시기에 깨달았을 거라고 생각해. 타이치의 단점. 모든 일을 혼자서 감당할려고만 하는 과한 책임감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었다. 정말로. 정말로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여도 야가미 타이치는 끝까지 그 모든 걸 마음 깊은 곳에 숨겨두는 버릇이 있었다.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거나 그러한 상황에 놓여 있다 할지라도 그는 쉽게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

 

 특별했던 그들만의 비밀스런 여름 캠프 때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알고 지내온 사이였는데 모를리가 있나. 무슨 일만 생기면 먼저 앞장 서서 달려갔던 그는 모두가 인정했던 우리들만의 리더였다. 아아, 코시로 군 덕분에 생각났어. 그 때 있었던 일들이 머릿속에서 스쳐지나가 듯, 이제는 소중한 추억거리가 되어버린 기억들을 다시 한 번. 타치카와 미미는 떠올렸다. 파르몬. 지금 너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갑자기 보고 싶어진 제 파트너를 쉽게 만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는 미미로서는 애써 싱긋 미소 지어 보이며 제 마음을 달래보였다. 그리고 또 한 번 옆에 서있는 그를 힐끔 쳐다본 미미는 그 때부터 코시로가 그 일을 계속 신경쓰고 있었다. 라는 것에 조금 이외라고 생각했다. 물론 다른 이들도. 본인 스스로도 처음에는 타이치의 그런 행동에 무심하게 아예 신경 쓰지 않고 있던 건 아니였으나 이렇게 속으로 끙끙 앓는다고 해서 해결 될 문제도 아니라고 판단했기에 천천히 기다려보자. 하고 생각했던 일인지라 타치카와 미미는 저가 알고 있는 코시로라면 제일 먼저 그렇게 결론내고 넘어갔을 거라고 당연하게도 그녀는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저가 알고 있는 이즈미 코시로는 이러했다. 컴퓨터만 잡으면 그 잘나신 집중력 하나만으로 주변에 있는 이들이 무어라 떠들거나 소리쳐도 미처 신경써주지 못하는 사람. 하지만 그 뛰어난 집중력으로 복잡한 사건 사고들을 일사처리로 빠르게 처리하여 결론지을 수 있는 사람. 코시로의 그런 면 때문에 자신은 예전에 그 앞에서 보기 좋게 울어더랬다. 지금 생각하면... 으으, 창피해. 무튼 코시로가 컴퓨터도, 디지몬 세계도 아닌, 다른 무언가에 저렇게 오랫동안 질질끌며 신경쓰고 있다는 것이 새삼 새롭다는 생각이 든 미미는 그의 등짱을 시원하게 내려치고는 너무 깊게 고민하지 말라며 위로해 보였다. 그가 무엇때문에 그렇게 힘들어 하는지. 또 고민하고 있는지. 미미는 그런 깊은 곳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본인도 적지 않게 느끼고 있었던 것이였기에 공감하며 시원하게 답을 내보였다. 물론 이게 올바른 대답이라고는 확신 할 수는 없지만.

 

 

 

 "타이치 오빠가 우리한테 기대지 않아도 언제가는 그 날이 오지 않을까 나는 생각해, 코시로."         

 

 

 자신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믿고 싶다. 코시로는 그녀가 내밷은 말을 머리 속에서 계속 반복해서 새겨들으며 눈을 감아보았다. 그리고 떠올렸다. 오다이바 소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온 그를. 야가미 타이치라는 한 사람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따뜻한 미소로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이다. 저도 모르게 따라 웃어보인 코시로는 집이 가깝다는 이유로 그와 둘이서 보낸 시간이 이외로 많다는 걸 깨달았다. 뭐, 대부분 떠오르는 기억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도움을 청하는 타이치 때문에 자신이 집으로 찾아갔던 기억이 태반이지만. 그리고 어찌된 영문인지 그 영향으로 자신 또한 무슨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찾아가는 곳은 늘 한결같았다. 그가 있는 곳이였음을. 점점 시간이 가면 갈수록 자신은 타이치 곁에 있고 싶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행동으로 보이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결같이 그의 곁에 있는다면 딱 한 번만이라도 그가 언젠가 저에게 기대지 않을까. 도움을 청하지 않을까.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고민거리를 언지시 상담해오지 않을까. 코시로는 고대했다. 

 

 

 "그리고 야마토 오빠가 옆에 있잖아?"

 

 

 

 「 반드시 올거라고...  

 

 

 헉-. 일순간, 숨이 막혀왔다. 코시로의 붉은 눈동자가 일렁이 듯 크게 흔들렸다. 환청. 그래 환청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왜지. 어째서. 그 때 들었던 소리가 지금 제 앞에서 실제처럼 일어나는 것처럼. 환청인데 환청 같지 않은. 진짜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코시로에게 물미듯 소리가 들려온. 피에몬의 기분나쁜 웃음 소리가 들려온다. 쿵-. 부서져내리는 워그레이몬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뒤이어 타이치가 힘없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마지막에는.

 

 

「 네가... 올거라고... 」 

 

 

 뒤늦게 찾아온 그가 쓰러진 타이치를 안아 일으키며 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와 함께 힘겨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 믿고... 있었어. 」 

 

 

 

 

 

 "..."

 "그리고 우리도 있고."

 

 

 활짝 웃어 보이는 미미가 말했다. 코시로도 그녀를 따라 자연스럽게 웃어 보였다. 하지만 살짝 올라간 입꼬리가 스르르 내려와 미소는 금방 사라졌다. 그 것은 애석하게도. 

 

 

 "...네. 그러네요."

 

 

 

 

 

 그의 대한 대응이 부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고 있던 코시로였다.

 

 

 

 

 

 

 

 

 

 

 

 슬슬 입학식 준비가 끝나가는 참이였다. 시끄러웠던 강당도 조금씩 그 소음 세기가 차차 줄어들 때 쯤. 타이치는 잊고 있던 걸 기억해내고는 제 폰을 꺼내보이며 말했다.

 

 

 

 "아, 맞아. 너가 전에 찾아달라는 음악 원본 찾긴 찾은 거 같은데 그게 맞는지 모르겠다."

 "흠... 일단 줘 봐. 맞는지 확인하면 돼."

 "어쭈. 꽁짜로 달라는 건 아니겠죠, 이시다 야마토 군. 내가 이거 찾을려고 며칠 밤을 늦게 잤는데."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갑자기 마음에 든 음원을 찾아다면서 출처를 몰라 원본 좀 찾는데 도와달라는 그의 부탁에 왠일이야, 먼저 부탁이나하고. 타이치는 놀랐더랬다. 그런 사소한 일들은 대부분 그의 동생인 타케루에게 부탁 할 거 같았던 야마토거늘 갑자기 대뜸 저를 불러대더니 제 스마트폰을 꺼내 이어폰 한 쪽을 타이치 오른쪽 귀 친절히도 꽂아주면서 재생버튼을 누르자 뮤비로 보이는 동영상에서 흘러나오는 배경음악이 타이치가 듣기에도 썩 나쁘지는 않은 거 같았다. 보니깐 피치변경한 거 같다면서 원본도 찾아서 듣고 싶어졌다는 고집을 부리는 야마토에 성에 하는 수 없이 자신도 거들기로 한 타이치는 제 주변 친구들부터 시작해서 가족들까지 혹시 이 음악 제목이 무엇인지 아냐며 출처를 찾아다녔지만 결국에는 컴퓨터 음악 찾기 프로그램으로 며칠 만에 끙끙앓던 문제가 해결되었다. 아, 역시 컴퓨터가 만능이야. 못 당한다니깐. 덕분에 평 그가 잠드는 시간 때보다 늦게 잤던 타이치는 피곤함을 느끼면서도 열심히 찾은 성과가 있어서 기뻐했다. 이걸 빌미로 뭔가를 얻어 먹을 생각에 후후 웃어보였던 타이치는 드디어 때가 왔음에 환호했다.

 

 자 그럼. 그 결과물을 야마토에게 주기 전에 뭐 해달라고 할까. 행복한 고민에 빠진 타이치의 얼굴을 주시하고 있던 야마토는 입꼬리를 올려 보이며 남들이 보면 한눈에 반할 정도에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그럼 데이트나 하자."

 "그래 데... 뭐?"

 "마침 보고 싶은 영화도 있었는데."

   

 

 

 

 

 왜 얘기가 이렇게 되는거지. 그가 내밷은 제안에 타이치는 의미모를 시선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는 푸른 두 눈동자를 흔들리는 시선으로 마주보기만 할 뿐이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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